가만히
쳐다보았다.
내장터진 비둘기의 사체같은 시절을,
식탐을 가진 술꾼이 게워낸 토사물같은 그것을.
못 본체 눈 감고,
없다 없다 최면을 거는 동안
그것들은 썩고 곪아 악취를 풍겼다.
아무리 두려워도
이를 악물고 쓰레기부터 치웠어야 했다.
용기 낼 수 없었기에
그 오랜동안 악취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이도 상하고.
잇몸도 상하고.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릴즈음.
바닥이란 것도 느낄 수 없을만큼 바닥을 친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내가 무엇을 응시해야 하는지 알았다.
끔찍한 것을
가만히 응시하기 위해서는
신의 도움과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가만히 응시하려면
먼저, 그 끔찍한 것을 사랑해야 하니까.
모든 것이
제 때, 제대로 일어난 것이다.
이제껏 내가 목숨처럼 붙들고 있던 지도는
이제 쓸모 없어졌다.
희생과 인내로 어렵게 얻어낸 그 지도를
지나치게 신뢰했기 때문에
나는 내 지도가 일러주는 세상 바깥으로는
한발짝도 나올 수 없었다.
지도에 대한 신뢰가 신념으로 바뀌는 것도 몰랐다.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길을 묻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몰랐다.
지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어떤 사랑도 기호로 그려넣을 수 없었기에.
두려운 마음으로
지도를 찢었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대로 산을 넘었다.
큰 산을 넘었더니
전혀 낯선 마을이 보인다.
그 마을, 참 평화로워 보인다.
이제. 지도 대신.
만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잊고 있었다.
나는 갈 데가 없다는 걸.
그냥, 놀다보면 이르게 되는 곳.
나는 처음부터 그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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