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 어린 남자가 싫다. 다이어리

나는 늙은 남자보다는 젊은 남자가 더 싫고, 젊은 남자보다 어린 남자가 더 싫다.

남자는 어릴수록 허풍이 세다.
가진 권력이 '젊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어린 남자들은 자신이 가진 '젊음'자체가 하나의 권력이라는 것을 모른다.
(멍청함은 어린 남자들의 특징이다.)
그러니 그들은 제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수컷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
생애 최고로 공격적이고, 난폭하고, 잔인하고, 비열한 모습을 보인다.



남자들이 너나없이 마초인체 하거나 마초를 꿈꾸는 시기는
아침마다 이불을 곧추 세우는 힘은 있지만 안정적인 수입구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어린 남자'의 시기다.
아침마다 세상이 다 내맘대로 될것 같은데 밤마다 빈손 빈자리로 잠드는 현실이
우리의 '어린 남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다.


더이상 '젊음' 따위가 권력이 되지 못할 때가 곧 올거라는 걸 알아버린 남자는 '젊은 남자'다.
그래서 재빨리 자신이 달려갈 길이 어딘지를 셈하거나 이미 달리고 있다.
아침마다 제 이불을 세우는 제 젊음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허무하고, 귀찮으면서도 한편 안심이 되는 남자,
매사 그런식으로 이중적인 가치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하면 가속도를 붙여 늙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 '젊은 남자'다. 남자의 생애중 가장 비겁한 짓을 많이 하는 시기는 이 때가 아닐까 싶다.


늙은 남자는 겸허하다.
세상에는 어떻게해도 넘을 수 없는 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고, 적절한 동반자에게 고마워할 줄도 알게된다.
허풍이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용한 그것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조용해진다.)
젊음이라는 최대의 권력을 잃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다른 권력이라도 집어 넣으려고 한다. (성실해진다.)
그러는 동안 늙은 남자는 세상에는 '여자'라는 무시무시한 권력집단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예의바른 사람이 된다.)
젊음 외에 모든 것을 가진 남자, 그것이 늙은 남자다.


나이 어리다고 다 어린남자가 아닌듯
나이만 먹어버렸다고 전부 늙은 남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아랫도리의 기능과 권력(돈이나 명예)에 의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영향 혹은 지배을 받는 것은
모든 남자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다.


나는 무기없이 덤벼오는 어린 남자들을 상대하는 게 제일 귀찮다.
때려주면 울고, 받아주면 개길 것이기 때문이다.
때렸다가 울어버리면, 나는 죄책감을 느낄 것이고 (나는 죄책감이 유난히 발달했다. __;; )
받아줬다가 개겨오면, 당연히 더 세게 때릴 것이고, 더 세게 때렸으니 나는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접촉할수록 죄책감만 안겨주다니!
내가 어린 남자들을 싫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무기 없이 달려들어 나한테 상처 입는 어린 남자들은
내가 너그러운 여자, 관대한 사람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
멍청하게 덤비는 것도 화가나는데, 내 갈길(너그러운 사람되기!)까지 방해하다니.
이중으로 화가 나서 더 세게 때려버린다.
제발 무기를 마련해서 제대로 된 수련을 하고나서 덤벼왔으면 좋겠다.
한대 툭치니 억하고 쓰러지셔서 내 죄책감을 배가시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도저도 안되면,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허풍만으로 고약을 떠는 어린 남자들을 때릴때는
아예 죄책감 조차 갖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을 세울 생각이다. (웬 원칙?)
반복되는 죄책감으로 당최 속이 시끄러워 죽을지경인데다가
어린 남자들이 자꾸 늙은 남자들한테 가서 일러바치기 때문에 내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데
거기다가 죄책감까지 가져야 한다는 것은 어쩐지 불공평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담담

덧글

  • 정현우 2008/12/31 04:38 # 삭제 답글

    와우...! 이런 글은 처음 보는 군요. 새벽녘 술이 확 깨요.
  • 담담 2009/01/08 05:15 #

    비싼 술이었다면... 죄송해요.. -.-;;
  • 2015/04/14 03:41 # 삭제 답글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건 아니지요. 저는 저런 어린 남자들이 나이 들어서 늙은 남자가 된게 더 싫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하는 짓이 능글 맞고 추악하거든요. 반면 제대로 된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멋지지요. 제가 요새 나이 든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을 너무 안 좋아하는데 마음 속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자 뿐만이 아니고 여자도 마찬가지에요. 추악한 사람은 늙어서도 추악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도 그렇지 않고요.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계시네요.
  • 2015/04/14 03:41 # 삭제 답글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건 아니지요. 저는 저런 어린 남자들이 나이 들어서 늙은 남자가 된게 더 싫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하는 짓이 능글 맞고 추악하거든요. 반면 제대로 된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멋지지요. 제가 요새 나이 든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을 너무 안 좋아하는데 마음 속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자 뿐만이 아니고 여자도 마찬가지에요. 추악한 사람은 늙어서도 추악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도 그렇지 않고요.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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